팔꿈치 안쪽이 아프면 골프엘보라는 말을 먼저 떠올립니다.
골프를 치지 않는데도 골프엘보 진단을 받거나, 치료를 받아도 나아지지 않거나, 팔꿈치 안쪽을 누르면 아프면서 동시에 손가락이 저린 경우도 있습니다. 팔꿈치 안쪽 통증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원인이 아닙니다.
팔꿈치 안쪽에는 힘줄뿐 아니라 척골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있습니다. 힘줄 문제인지 신경 문제인지에 따라 증상의 패턴이 다르고 대응 방법도 달라집니다. 힘줄 염증이라면 특정 동작에서 아프고 신경 압박이라면 저림과 감각 이상이 동반됩니다. 이 차이를 모르면 힘줄 치료만 반복하다가 신경 문제를 오래 방치하게 됩니다.
팔꿈치 안쪽 통증의 원인을 구분하려면 통증이 어떤 동작에서 생기는지, 안쪽 뼈 돌출부를 눌렀을 때 통증이 재현되는지, 새끼손가락이나 약지 저림이 함께 오는지, 팔꿈치를 구부리고 있을 때 더 심한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내측 상과염, 골프엘보로 불리는 팔꿈치 안쪽 힘줄 염증
팔꿈치 안쪽 통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내측 상과염입니다. 골프엘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지만 골프 선수에게만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팔꿈치 안쪽에는 손목을 구부리고 손을 안으로 회전시키는 근육들이 붙어 있는 내측 상과라는 뼈 돌출부가 있습니다. 이 부위에 붙어 있는 힘줄이 반복적인 과사용으로 손상되고 염증이 생기는 것이 내측 상과염입니다. 손목을 구부리거나 안으로 비트는 동작을 반복하는 직업이나 운동에서 자주 생깁니다. 골프 외에도 야구 투구, 테니스 서브, 무거운 물건을 반복적으로 드는 작업, 장시간 타이핑이나 마우스 사용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내측 상과염의 증상은 팔꿈치 안쪽 뼈 돌출부를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통증이 재현되는 것이 가장 특징적입니다. 손목을 손바닥 방향으로 구부리거나 주먹을 쥘 때, 무거운 것을 들 때 팔꿈치 안쪽이 아픕니다. 통증이 팔 안쪽을 따라 손목 방향으로 뻗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정 시에는 통증이 없다가 특정 동작에서만 생기는 것이 특징입니다.
비평이 나왔습니다. 팔꿈치 안쪽이 아프면 골프엘보라는 이름 때문에 스포츠 손상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장시간 컴퓨터 작업, 스마트폰 사용, 반복적인 청소나 주방일도 같은 부위에 부담을 줍니다. 골프를 치지 않아도 내측 상과염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골프엘보를 스포츠 선수의 문제로만 보는 시각이 일반인에게 진단을 늦추는 경우가 있습니다.
초기 내측 상과염은 해당 동작을 줄이고 충분히 쉬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냉찜질이 급성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증상이 6주 이상 지속되거나 통증이 심해진다면 물리치료, 체외충격파, 스테로이드 주사 등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힘줄 손상이 심한 경우 드물게 수술이 고려됩니다.
척골 신경 포착, 저림이 동반되는 팔꿈치 안쪽 통증
팔꿈치 안쪽 통증과 함께 약지나 새끼손가락이 저리거나 무감각하다면 힘줄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척골 신경 포착을 확인해야 합니다.
척골 신경은 팔꿈치 안쪽 내측 상과 바로 뒤쪽의 좁은 통로인 주관을 지나 손까지 이어집니다. 팔꿈치를 심하게 구부리거나 딱딱한 표면에 팔꿈치를 기대는 자세가 반복되면 이 통로에서 신경이 눌릴 수 있습니다. 이것을 주관 증후군 또는 척골 신경 포착이라고 합니다.
주관 증후군의 증상은 팔꿈치 안쪽 통증과 함께 약지와 새끼손가락의 저림, 무감각, 타는 듯한 느낌이 나타납니다. 팔꿈치를 구부리고 있을 때 즉 전화 통화를 오래 하거나 팔을 구부린 채 잠을 잘 때 증상이 더 심해집니다. 팔꿈치 안쪽 뼈 뒤쪽을 두드리면 새끼손가락 쪽으로 전기 오는 느낌이 퍼지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일상에서 팔꿈치 안쪽 뼈 뒤쪽을 책상이나 팔걸이에 부딪혔을 때 손가락까지 찌릿한 느낌이 오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 많습니다. 주관 증후군은 이 통로가 만성적으로 눌리는 상태입니다.
증상이 진행되면 손 안쪽 근육이 약해지고 새끼손가락과 약지를 모으거나 벌리는 힘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 손가락 사이 근육이 얇아지는 것이 눈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신경 손상이 진행되면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저림이 동반된 팔꿈치 안쪽 통증은 신경과나 정형외과에서 신경 전도 검사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측 상과염과 주관 증후군이 같이 오는 경우도 있어서 힘줄 문제만 치료하면서 신경 압박을 방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팔꿈치 안쪽 통증과 손가락 저림이 함께 있다면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확인하는 것이 맞습니다.
내측 측부인대 손상, 성장판, 기타 원인들
힘줄 염증과 신경 압박 외에도 팔꿈치 안쪽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들이 있습니다.
내측 측부인대 손상은 팔꿈치 안쪽의 인대가 늘어나거나 부분적으로 파열된 상태입니다. 특히 야구 투수처럼 팔꿈치에 강한 회전력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는 운동선수에게 잘 생깁니다. 투구 동작이나 팔꿈치를 바깥으로 밀어내는 동작에서 팔꿈치 안쪽에 날카로운 통증이 생기고 불안정한 느낌이 동반됩니다. 일반인에게도 팔꿈치에 갑작스러운 외력이 가해진 뒤 안쪽 통증이 생겼다면 인대 손상을 확인해야 합니다. MRI 검사로 인대 상태를 확인할 수 있으며 심한 손상은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청소년에게 팔꿈치 안쪽 통증이 반복된다면 성장판 문제를 확인해야 합니다. 성장기에 내측 성장판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성장판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리틀리거 엘보라고 불리는 이 상태는 야구를 즐기는 청소년에게 더 자주 나타납니다. 성장판 손상은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장기적인 팔꿈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성장기 아이에게 반복적인 팔꿈치 안쪽 통증이 생긴다면 정형외과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팔꿈치 안쪽 뼈 돌출부 위에 있는 점액낭에 염증이 생기는 점액낭염도 팔꿈치 안쪽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딱딱한 표면에 팔꿈치를 반복적으로 기대거나 충격이 가해진 뒤 생길 수 있으며 부위가 붓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통풍에서도 팔꿈치 관절에 염증이 생겨 통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팔꿈치가 붓고 열감이 있으며 쉬어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혈액 검사를 포함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드물지만 목 디스크가 원인인 경우도 있습니다. 경추 8번 신경이 눌리면 팔꿈치 안쪽에서 손가락까지 통증이나 저림이 내려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팔꿈치 안쪽 통증과 함께 목 통증이나 어깨 통증이 동반되거나 고개를 특정 방향으로 움직일 때 팔로 증상이 뻗친다면 팔꿈치 자체가 아닌 목을 확인해야 합니다.
7일 기록법과 진료가 필요한 신호
팔꿈치 안쪽 통증의 원인을 좁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입니다. 팔꿈치 안쪽 뼈 돌출부를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통증이 재현되는지, 새끼손가락이나 약지 저림이 동반되는지, 팔꿈치를 구부리고 있을 때 더 심해지는지입니다.
누르면 통증이 재현되고 저림이 없다면 내측 상과염이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림이 동반되고 팔꿈치를 구부릴 때 심해진다면 주관 증후군을 먼저 확인합니다. 두 가지가 동시에 있다면 두 원인이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팔꿈치 안쪽 통증이 반복된다면 일주일 정도 통증이 생기는 동작, 팔꿈치 안쪽 뼈를 눌렀을 때 통증 재현 여부, 새끼손가락, 약지 저림 여부, 팔꿈치 구부릴 때 vs 펼 때 증상 차이, 팔꿈치를 기대는 자세 여부, 하루 팔꿈치 구부리는 시간, 잠자는 자세에서 팔꿈치 구부림 여부, 목이나 어깨 통증 동반 여부, 팔꿈치 붓기나 열감 여부를 기록해 두면 진료 시 도움이 됩니다.
생활 관리 측면에서는 팔꿈치를 딱딱한 표면에 기대는 자세를 줄이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장시간 팔꿈치를 구부린 채로 전화 통화를 하거나 잠을 자는 경우라면 자세를 바꾸거나 팔꿈치 보호대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내측 상과염이 의심된다면 손목 구부리기나 비틀기 동작을 줄이고 초기에는 냉찜질을 합니다. 전완부 스트레칭과 강화 운동은 증상이 가라앉은 후 재발 예방을 위해 물리치료사의 안내에 따라 시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정형외과나 신경과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통증이 6주 이상 지속되거나, 저림이나 무감각이 동반되거나, 손 힘이 약해지거나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거나, 팔꿈치가 붓고 열감이 있거나, 안정 시에도 통증이 지속되거나, 성장기 청소년에게 반복적인 팔꿈치 안쪽 통증이 있는 경우입니다. 저림이 동반된 팔꿈치 안쪽 통증은 힘줄 치료만 받다가 신경 손상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증상이 있다면 신경 전도 검사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팔꿈치 안쪽이 아프다고 모두 골프엘보가 아닙니다. 저림이 동반된다면 신경 문제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힘줄 치료보다 앞서야 합니다. 증상의 패턴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치료 방향을 정하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내용이며 개인의 질환을 진단하거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팔꿈치 안쪽 통증이 6주 이상 지속되거나 저림, 근력 저하가 동반된다면 의료기관에서 상담받으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