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가 한두 번 생기면 대부분 어제 먹은 것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한 음식을 먹었거나, 기름진 것을 과하게 먹었거나, 찬 음료를 너무 많이 마셨다고 생각합니다. 며칠 지나면 나아지고 잊어버립니다. 그런데 설사가 한 달에 서너 번 이상 반복되거나, 특정 조건에서 반복되거나, 혈변이나 체중 감소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면 음식만 탓하고 넘기면 안 됩니다.
반복되는 설사는 원인이 다양합니다. 과민성장증후군처럼 기능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식품 불내증이나 알레르기일 수도 있으며, 염증성 장질환이나 감염, 약물 부작용이 원인인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생기는지, 특정 음식과 관련이 있는지, 혈변이나 점액 변이 동반되는지, 체중이 줄었는지, 복용 중인 약이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원인을 좁힐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설사의 흔한 원인, 과민성장증후군, 식품 불내증, 스트레스
반복되는 설사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는 과민성장증후군입니다. 장에 구조적인 이상이 없는데도 복통과 함께 설사나 변비가 교대로 반복되거나 설사가 우세한 패턴이 지속됩니다. 배변 후 복통이 완화되거나, 아침에 일어나면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 하거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더 심해지는 패턴이 있다면 과민성장증후군의 특징과 맞을 수 있습니다. 과민성장증후군은 혈변, 체중 감소, 발열 같은 경고 증상이 없는 것이 중요한 구분 기준입니다. 이런 증상이 동반된다면 다른 원인을 먼저 배제해야 합니다.
비평이 나왔습니다. 과민성장증후군을 단순히 예민한 장 또는 스트레스성 장으로만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과민성장증후군은 실제로 존재하는 기능성 질환이며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줍니다. 이것이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말이 심리적 문제로만 돌린다는 뜻이 아닙니다. 뇌와 장이 연결되어 있어 스트레스가 장 운동과 감각에 실제로 영향을 준다는 의미입니다. 단순히 예민한 성격 탓이라고 넘기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칩니다.
유당불내증은 유제품의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해 유당이 소화되지 않고 대장에서 발효되면서 설사, 복통, 복부 팽만이 나타나는 상태입니다. 우유나 아이스크림, 요거트를 먹은 뒤 30분에서 2시간 안에 반복적으로 설사가 생긴다면 유당불내증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인에게는 유당불내증이 드물지 않습니다. 유제품을 완전히 끊기보다 소량씩 먹거나 유당이 제거된 제품을 선택하거나 유당 분해 효소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글루텐 과민성이나 셀리악병에서도 밀가루 음식을 먹은 뒤 설사와 복통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셀리악병은 글루텐에 대한 면역 반응이 소장 점막을 손상시키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영양 흡수 장애로 이어집니다. 빵, 파스타, 국수를 먹은 날마다 설사가 반복된다면 소화기내과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진단 없이 글루텐을 임의로 제한하면 정확한 검사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와 불안은 장 운동을 빠르게 만들어 설사를 유발합니다. 중요한 발표나 시험 전날, 갈등 상황에서 설사가 반복된다면 자율신경계와 장의 관계를 먼저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설사도 줄어드는 패턴이 명확하다면 스트레스 관리와 함께 과민성장증후군 여부를 소화기내과에서 상담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카페인과 인공감미료도 설사의 원인이 됩니다. 커피를 마신 뒤 설사가 반복되거나, 무설탕 제품에 포함된 소르비톨이나 자일리톨 같은 당알코올을 많이 섭취한 뒤 설사가 생긴다면 이것이 직접적인 원인일 수 있습니다. 카페인을 줄이거나 무설탕 제품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설사가 줄어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감염, 약물, 수술, 반복 설사의 확인이 필요한 원인들
생활 조건으로 설명이 안 되는 반복 설사라면 다음 원인들을 확인해야 합니다.
감염성 원인도 반복 설사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급성 감염성 장염은 대부분 며칠 안에 회복되지만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리균 감염처럼 항생제 사용 후 장내 균형이 무너지면서 반복적인 설사가 지속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 항생제를 복용한 뒤 설사가 시작됐다면 이 관련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질, 지아디아, 크립토스포리디움 같은 기생충이나 원충 감염에서도 설사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해외 여행 후 설사가 지속된다면 여행자 설사 또는 기생충 감염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물은 반복 설사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항생제는 장내 균형을 변화시켜 설사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마그네슘이 포함된 제산제, 당뇨병 치료제 중 메트포르민, 콜히친, 일부 항암제, SSRI 계열 항우울제도 설사와 관련될 수 있습니다. 새 약을 시작한 뒤 설사가 생겼거나 심해졌다면 처방 의사나 약사에게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약을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담낭 절제술을 받은 뒤 반복적인 설사가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담낭이 없으면 담즙이 지속적으로 소장으로 흘러들어가 대장을 자극해 설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담낭 절제 후 설사는 담즙산 흡수제나 식이 조정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위 절제술이나 소장 절제술 후에도 소화 흡수 과정이 변하면서 설사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에서는 장 운동이 전반적으로 빨라져 설사가 잦아질 수 있습니다. 체중 감소, 두근거림, 더위 민감, 손 떨림이 설사와 함께 나타난다면 갑상선 기능 검사를 고려해야 합니다. 당뇨병 신경병증도 자율신경계 손상으로 장 운동이 불규칙해져 설사나 변비가 교대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당뇨병이 오래된 환자에게 반복 설사가 생겼다면 신경병증과의 관련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소장 내 세균 과증식은 소장에 세균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지면서 식후 빠르게 복부 팽만과 설사가 생기는 상태입니다. 항생제 장기 복용, 위산 억제제 장기 복용, 당뇨병, 과거 위장 수술 이력이 위험 요인입니다. 수소 호기 검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염증성 장질환, 대장암, 경고 증상 있을 때 확인할 원인들
반복 설사와 함께 경고 증상이 동반된다면 더 심각한 원인을 배제해야 합니다. 경고 증상이란 혈변, 점액 변, 체중 감소, 발열, 야간 설사, 복통이 잠을 깨울 정도로 심한 경우입니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은 대표적인 염증성 장질환입니다. 크론병은 소화관 어디서나 생길 수 있으며 반복되는 복통, 설사, 혈변, 체중 감소, 피로감이 특징입니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혈변을 동반한 설사가 반복되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두 질환 모두 완치가 어렵고 재발과 완화를 반복하는 만성 질환입니다. 반복 설사에 혈변이나 점액 변, 체중 감소가 동반된다면 소화기내과에서 대장내시경을 포함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현미경적 대장염은 대장내시경에서는 정상으로 보이지만 조직 검사에서 염증이 확인되는 질환입니다. 중년 이후 특히 여성에게 수분성 설사가 반복되는 경우에 이 가능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대장내시경이 정상이었다고 해서 모든 대장 문제가 배제된 것은 아닙니다.
대장암도 반복 설사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배변 습관이 갑자기 변하거나, 혈변이 반복되거나, 대변이 가늘어지거나, 체중이 감소하거나, 복통이 새로 생겼다면 대장암을 배제하기 위한 검사가 필요합니다. 50세 이상이거나 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다면 증상이 없어도 정기 검진이 중요합니다.
비평이 나왔습니다. 반복 설사를 과민성장증후군이나 식품 불내증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오래 방치하다가 염증성 장질환이나 대장암을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혈변이나 체중 감소가 없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야간에 설사로 잠을 깨는 것은 기능성 질환에서는 드문 증상으로 이것만으로도 확인이 필요한 신호입니다. 잠을 깰 정도의 설사는 기다리지 말고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7일 기록법과 즉시, 빠른 진료가 필요한 신호
설사가 반복된다면 일주일 정도 설사가 생기는 시간과 상황, 하루 배변 횟수, 대변 형태와 색, 혈변이나 점액 변 여부, 복통 동반 여부와 배변 후 변화, 먹은 음식과의 관계, 유제품, 밀가루, 카페인 섭취 여부, 스트레스 수준, 체중 변화, 발열 여부, 야간 설사 여부, 복용 중인 약, 최근 항생제 복용 여부, 해외 여행 여부를 기록해 두면 진료 시 큰 도움이 됩니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세 가지가 있습니다. 혈변이나 점액 변이 동반되는지, 체중이 의미 있게 감소했는지, 야간에 설사로 잠을 깨는지입니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기능성 원인보다 먼저 기질적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합니다. 설사와 함께 발열이 38.5도 이상이거나, 혈변이 많이 나오거나, 극심한 복통이 동반되거나, 탈수 증상으로 어지럽거나 소변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경우입니다. 빠른 시일 내 진료가 필요한 경우는 설사가 4주 이상 지속되거나, 혈변이나 점액 변이 반복되거나, 체중이 감소하거나, 야간 설사가 반복되거나, 최근 항생제를 복용한 뒤 설사가 시작된 경우입니다.
진료과는 소화기 증상이 중심이라면 소화기내과, 해외 여행 후 설사라면 감염내과, 약물이 의심된다면 담당 처방과, 갑상선 증상이 동반된다면 내분비내과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어느 과를 선택할지 모르겠다면 내과나 가정의학과에서 먼저 전반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설사가 반복된다면 음식만 탓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반복되는지, 혈변이나 야간 설사 같은 경고 신호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원인을 찾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입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내용이며 개인의 질환을 진단하거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설사가 4주 이상 지속되거나 혈변, 체중 감소, 야간 설사가 동반된다면 의료기관에서 상담받으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